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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3   바쁜놈 졸린놈 피곤한놈 : 공돌이 라이프 [2]

바쁜놈 졸린놈 피곤한놈 : 공돌이 라이프

뭐 이제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공돌이라이프에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보다는 <바쁜놈 졸린놈 피곤한놈> 찾기가 더 쉬우니까.
뭐 저 세 '놈'이 각기 다른 인물이라 생각할 것도 없다. 전부 내 얘기니까.

이를테면 그렇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바쁘게 일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자신의 시간을 마음껏 향유하며 사는,
그런 (소시민적인) 꿈을 간절하게 꾸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엔지니어의 꿈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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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이 그래왔듯,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소통의 부재로 빗어지는 이야기다.
하나의 목표인 '지도'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들, 오해가 오해를 부르고, 결국 그 오해가 피바람을 부르게 되는.
아무리 바쁜 공돌이에게도 간만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찾아가서 보게끔 잘 홍보된(!) 영화인만큼,
영화보는 내내 어린 시절 서부영화를 보며 가슴두근거렸던(이라곤 해도 실은 내 세대만 하더라도 서부영화보다는 '우주보안관 장고'를 보며 총싸움을 꿈꾸었다 하겠다.) 향수를 느끼게 끔 해주며,
정우성의 늘씬한 기럭지로 발의 배를 지치며 황야를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침을 쥬륵-,
눈에 그 특유의 독기를 빰! 하고 품고 자글자글 찢어진 복근 자랑하시는 이병헌과,
한국 남자배우의 보배라 할 수 밖에 없는 송강호의 몸개그를 보며 러닝 타임 내내 머리속을 가득채웠던 프로젝트 생각일랑 잊어버렸다.
That's it. 여름용 블록버스터로써 이정도면 된거다. 보고나서 복잡하게 분석따윌랑 기자와 평론가들에게 맡겨버리고 just enjo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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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지운 감독이 늘 화두로 삼는 '소통의 부재'가 영화속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자, 시점을 좁혀 공돌이 라이프에 매칭시켜보자.
비지니스를 하는 데 있어, 즉 제품을 만들어 팔고/사는 사이에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라는 시점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영업/마케팅팀은 밖에 나가서 프로젝트 물고 오는 게 그들의 일이다.
A사에게도 100만불짜리 프로젝트따오려 온갖 수를 다 써서 따왔다. 근데 따오고 보니 B싸에서 200만불짜리 프로젝트가 있네?
그거 또 달려들어가서 따와야 하는 게 그들의 일이란 거다.
우걱우걱 먹다가 소화불량이 걸리든, 변비가 되든 그것은 일단 'out-of-안중'되겠다.
(물론, 정작 프로페셔널하다면, 정해진 리소스와 로드맵에 의해 정리하겠지만 그게 또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갑"에 의해 휘둘리는 "을"의 인생이란 그래서 고달프다.)

그럼 그들은 프로젝트를 많이 따왔으니까 좋은놈?
아니면 개발팀 실정도 모르고 마구마구 일을 물어오는 나쁜놈?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몸만 바쁜 이상한놈?

"갑"의 회사와 "을"의 개발팀과 매니저들 사이에서 끼이는 스트레스야 이만저만하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야근할 일은 잘 없다.

이제 개발팀으로 넘어가보자.
열심히 물어오는 프로젝트를 주어진 시간내에 버그없이 훌륭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
그래, 여기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리소스는 무한 소스가 아니다.
즉, "주어진 시간"내에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쪼이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A라는 일을 하는 데 있어 100시간정도가 걸린다고 예측해보자.
(실은 이렇게 실제 일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히 estimation하는 것도 진정한 professional engineer의 기본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1일 8시간씩 주5일 기준으로 한다면, 정확히 13일정도의 시간이면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데 "갑"이 1주일만에 가져오래. 이러면 갈등이 시작되는거다. - 하나의 목표, 각기 다른 시선들 -
사람을 더 투입해서 파이프라이닝을 시키거나, 아니면 꼬박 밤새는거지 뭐. 주말도 없고.

여기까지도 새로울 게 없는 스토리. 이래서야 어디 흥행이야 되겠냐.
하나 더 꼬아보자고.
거꾸로 프로젝트가 하나 주어졌다. 근데 이놈이 아무리 봐도 견적이 안나와. 돈이 될지 안될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거꾸로 개발팀에서 치고 들어간다. 이거 따오기만 해라. 경쟁사대비 훨씬 작고 품질좋고, 빠르게 가능. 어때?
근데 위에서 망설이는거지. 2개팔아 하나남는 장사 해오다가 10개 팔아 하나 남는 장사하려니 이게이게 수지타산이 안맞는 거 같어.
개발팀에서 제시한 안건이 내부적인 소통의 부재로 인하여 꼬이기 시작. 히야-.
그 일 안해도 충분히 먹고살 걱정없으면야 누가 그런 험한 길을 가고 싶겠냐만, 상황이 그렇지 않은 데 위에서 머뭇거리네.
판돈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독박쓸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도 때로는 못먹어도 고! 를 외칠 배짱... 아쉽네.

이 바닥에도 7년째 있다보니 이제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가 보이기 시작하네.
그리고 세계정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도 하나씩 보이고.
몇 가지 상황만 받춰주면 세계정복도 꿈이 아닐진데... 이게이게 또 그 상황이라는 게 늘 내 맘과 같지 않으니까.
그래서 아직까지 세계정복에 성공한 회사가 없겠지. 암. 한편으로는 다행인가.

시작은 그럴싸, 중간은 스펙타클. 마무리는 황량.
뭐 이게 어디 내 포스팅만의 문제겠어. 고질적인 한국축구의 골결정력부재와 전형적일부 한국영화의 병폐이지.
내 의지와 상관없는 스케쥴을 뽑아내기 위해 주말에도 어김없이 나와서 더위에 헉헉대며 일하다가 지친 나머지,
하루 8시간 주5일근무 보장! 이라는 구호를 잠시 외쳐보려다 삼천포로 빠져버린 그야말로 <한여름주말의 꿈>이지.
실은, 길게 돌려놓은 시뮬레이션이 이제 막 끝나서. 이래저래 급마무리. 안녕, 엔딩크레딧은 볼거 없어.
난 여전히 바쁘고, 졸립고 피곤해애...

by sooy | 2008/08/03 15:28 | Cultur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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