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 - 대한민국 engineer들에게 묻는다.



내 직업은 반도체설계디자이너.


[특정제품과는 관련이 없지만, 요렇게 LCD 구동 반도체칩을 만든다.]


그러나 직업칸 적는 란을 보면 engineer란 직업은 없다.
일반사무직인가... (30%는 맞는 거 같은데 왠지 억울하다.)
전문직인가... (30%는 맞는 거 같은데, 여기서 뜻하는 전문직은 소위 "사"자 들어가는 직업만이 해당가능하다.)
생산직인가... (40%는 맞는데 보통의 생산직은 공장노동자분들을 대표하곤 한다.)
디자이너? ... 행여나 적었다간 사람들이 웃는다.

스스로 engineer가 engineer임을 남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이 나라에서는, 단연코- 없다.
(engineer에게 호부호형을 허해라!!!)

'안녕하세요. 치과의사입니다'
'저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저 S그룹 인사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 L그룹 과장입니다'
에서 느껴지는 말의 무게와,
'전 반도체설계엔지니어입니다. LDI설계하구요. 아, LDI라 함은 지금 갖고 계신느 핸드폰에 있는 액정화면이..
아, 회사는 작아서 이름은 잘 모르실텐데요...' 의 긴 설명이 필요한, 그리고 느껴지는 무게감.


[설계는 키보드/마우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름 머리털 쥐어뜯으며 피똥싸게 공부했었고,
대학시절에는 새벽별을 보며 실험끝내고 기숙사로 돌아가며 지금 고생이 나중에는 분명 어떤 식으로는 보상되겠지?
란 생각으로 기운을 얻었으나,
여전히 나는 제대로 챙겨먹기 못하고, 여가시간 활용 제대로 못하고, 늦게나 퇴근해야 하는
- 그나마 직업란에 체크할만한 직업조차도 아닌!!! 일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 결정체는,
대기업 말단 대리의 혀끝에서 춤추다가 남의 들러리가 되기가 일쑤고,
그나마 잘 만들어놓은 제품은 이제 제값도 못받고 삽으로 퍼다줘야할 판.


[이런 대동여지도그리다보면 한숨이... ㅜ-]


이제와서 새삼 대단한 사명감따위로 일한다는 핑계는 우습다.
단지 재미반 호기심반으로 오늘 이 시간에도 사무실을 지킨다.
어차피 하루아침에 사람들 의식이 바뀌길 기대하는 건, 오사마 빈 라덴과 부쉬가 탱고추는 날이 오는 것과 같으니까.
우리에겐 세계정복뿐! 오늘도 열심히 삽질을 해서 산을 만들 수 밖에!

오늘도 어깨쳐진 이땅의 모든 engineer들이여 힘내시길.
just for fun~.



by sooy | 2007/09/03 20:38 | Photo Diary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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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yangk at 2007/09/03 23:48
완전 동감 T_T
설명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
Commented by poosuk at 2007/09/03 23:55
대동여지도를 보니 눈물이 다 나는구나. ㅡ.ㅠ
노드에 숫자까지 붙여둔 걸 보니 합성 후 결과인 것 같구먼. 저렇게 gate-level로 역추적하는게야? 멋져! ㅡ_-)=b

직업란 문제와 관련해선 이외수 선생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더라. 우리도 기타를 칠 줄 모르는 기타맨이 되자. 아니, 넌 칠 줄도 알잖아! ㅎㅎ
http://playtalk.net/oisoo/2007-09-03/205639/
Commented by sooy at 2007/09/04 11:14
뭐 매번 합성 후 gate-level trace할 필요는 없지. 필요에 따라선 곧잘 하곤 해.
그나마 이것도 요새는 tool이 좋아져서 저렇게 그리는 일도 드물지.
ㅎㅎ
그래서 나도 매번'기타'에 체크한다. 나는야 기타맨~
Commented by 지아 at 2007/09/04 11:15
완전 공감입니다.


제 명함에는 엔지니어 or 연구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직업란에 표시 할 때면 일반 사무직이나 회사원에 표시합니다. 전에 제 친구(엔지니어)가 직업란에 전문직이라고 표시하는걸 보고 따라한 적이 있었는데 주위의 누군가의 피식~ 비웃음;;
Commented by 기웅 at 2007/09/04 12:59
오우..수영아..글 잘 읽었당..
동감 백만배야...^^.
Commented by sooy at 2007/09/04 15:42
지아//슬프죠? 그럴 땐 우리모두 기타맨=_=/
키웅!!!! 새신랑 생활은 어때? 이제 신혼이 아닌겐가? ㅋㅋ
Commented by 명주 at 2007/09/13 00:13
ㅎㅎ 나도 비슷한 생각하는데..
A: "무슨 공부하세요?"
M:"지속가능개발이요."
A:"뭐요?"
M:"..." 또는 "그게.. 환경공학하고 산업공학하고 산업디자인 중간 정도라고나.."
A:"아 네..." <대화끝> 또는 <다른 주제로 황급히 돌림>

요즘은 그래도 글로벌 워밍 덕분(?)에 좀 반응이 나아지고 있어. 흐믓.
Commented by sooy at 2007/09/13 09:30
깡//넌 특히 더 그러겠다. 나조차도 니가 하는 일이 지속가능개발인거까지는 몰랐;;
근데 글로벌 워밍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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